"범종 7000개 제작… 에밀레종 복원이 꿈"

통일신라 선림원종 복원 인간문화재 원광식씨

글=유태종기자 youh@chosun.com
사진=전재홍기자
jhjun@chosun.com

입력 : 2005.02.26

 

“제대로 된 신라 범종 소리를 1200년만에 되살려냈다는게 무엇보다 기쁩니다. 그토록 갈망해 왔던 성덕대왕신종(에밀레종)의 완벽한 재현도 이제 가능하리라고 봅니다.”

불에 타 파손된 통일신라 시대 선림원종(鐘)을 전통 방식인 밀랍주조기술로 복원(본지 25일자 A8면 보도)해낸 국내 유일의 범종 인간문화재 원광식(元光植·64)씨는 25일 오후에도 종 만들기에 여념이 없었다. 충북 진천군 덕산면 합목리, 원씨의 일터인 성종사(聖鐘社)는 한국 현대 범종의 산실이다.

원씨는 “신라범종 복원에 매달린 지난 수년간 작업은 조상들의 지혜와 끈기를 비로소 깨닫는 과정이었다”고 말했다. 그는 “처음 국립중앙과학관의 의뢰를 받은 뒤엔 국내외 어디를 가도 자료나 관련 장인들이 남아있지 않아 벽에 부딪친 느낌이었다”고 했다. 그러나 원씨는 밀랍주조법의 비밀이 종의 틀을 제작하는 흙의 성분에 있다고 보고 신라의 수도 경주 일대의 흙을 샅샅이 파헤치기 시작했다. 마침내 그는 경주 감포지역에서 내·외형틀의 온도·습도·통풍·경도(硬度) 등을 적절히 유지시켜주는 이암(泥巖)을 발견했다. 곱게 빻은 이암 가루를 주재료 삼아 틀을 만들어 청동 쇳물을 주입함으로써 청아한 소리와 아름다운 자태를 지닌 신라범종을 복원하는데 마침내 성공했다.

원씨는 22살 때인 1963년 8촌형(작고)이 운영하던 성종사에 들어가면서 종 만드는 일을 시작했다. 처음에는 교회종, 학교종까지 만들었지만 이내 범종의 매력에 빠져들었다. 1976년엔 관련학자 등과 함께 범종연구회를 만들기도 했다. 범종을 만들고 또 만들다가 쇳물이 눈에 튀어 한 쪽 눈의 시력을 잃기도 했다. 그가 40여년간 만든 범종은 모두 7000여개나 된다. 서울 보신각 새 종, 충북천년대종, 등 20~30t급의 대형 종을 비롯해 국내 주요 사찰의 주요 종이 모두 원씨 손에서 태어났다. 진천군이 조성중인 종 박물관에도 그의 작품 150여점이 선보일 예정이다. 그는 “국내 최고의 작품으로 평가되는 에밀레종을 전통밀랍방식으로 복원하고 일본에 건너간 신라·고려시대 종을 복원하는데 여생을 바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