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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실된 ‘낙산사 동종’ 어떻게 복원되나
범종의 설계에서 부터 탈사까지
텍스트만보기   임윤수(zzzohmy) 기자   
 
지난 4일 늦은 저녁 강원도 양양에 발생한 산불로 낙산사가 전소되면서 보물 제479호인 '낙산사 동종'도 함께 소실되는 안타까움이 발생하였다. 소실된 동종은 6개월 후쯤이면 복원된다고 한다.

제야의 종으로 널리 알려진 보신각 종을 비롯해 각 사찰마다 하나쯤은 보유하고 있는 동종(범종)이 어떤 과정을 거쳐 만들어 지는지를 알아본다.

범종! 어떻게 만들어지지? 가끔 고개가 갸우뚱해질 때가 있다. 소리도 소리지만, 그 단단한 쇳덩이에 붓으로 그리고 펜으로 쓴 듯 섬세한 문양과 글씨가 또렷한 그 규모의 육중한 범종이 어떻게 만들어졌을까 궁금하지 않을 수 없다.

범종은 아이들이 가지고 노는 찰흙이나 고무로 만들어진 게 아니고 분명 단단한 쇳덩어리로 만들어졌다. 두들겨서 만든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깎아서 만드는 것도 아닌데 붓으로 그린 듯 섬세하게 각인된 문양과 글씨가 또렷하다.

기술적인 이야기들이라 조금은 딱딱할 수도 있겠지만 범종을 이해하는데 도움이 될 거라는 기대감으로 제작과정의 일반 개요를 설명하고 이어서 구체적인 제작 공정을 설명하겠다.

일반개요

금속을 녹여서(융해) 일정한 형태의 주형에 주입하여 뭔가를 만드는 과정을 주조(鑄造)라 하고 주조로 만들어진 제품을 주물(鑄物)이라고 하며 범종도 주물에 포함된다.

범종은 그 모양, 즉 종의 기하학적 구조와 종을 이루고 있는 재료의 질에 의해 소리의 좋고 나쁨이 결정된다. 뿐만 아니라 이 두 가지 인자는 종의 수명에도 직접적으로 영향을 미친다는 점을 먼저 말해 둔다.

 
▲ 내형 만들기 - 종의 내부공간과 비슷한 형태로 적당한 벽돌 등을 쌓고 그 표면에 조형재를 바른다.
 
ⓒ2005 성종사
 
그러나 이 두 가지, 범종의 재질과 범종의 기하학적 구조는 너무 기술적인 이해를 요구하기 때문에 자세하게 설명하지 않고 눈으로 볼 수 있는 제작 과정만을 설명하기로 한다.

일단 주물을 쉽게 이해하려면 길거리에서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는 붕어빵이나 국화빵을 연상하면 된다. 잘 반죽된 빵 재료를 붕어처럼 생긴 금속 공간(빵틀)에 넣어서 적당한 온도로 익혀내면 붕어처럼 생긴 맛있는 붕어빵이 된다.

여기서 "잘 반죽된 빵 재료"와 "적당한 온도로 익혀"란 표현은 매우 중요하다. 빵 반죽에 설탕과 같이 한 가지 재료가 너무 많이 들어갔거나, 물이 너무 적게 들어갔다면, 그 빵은 너무 달아서 먹을 수 없거나 반죽이 딱딱하여 빵틀에 반죽이 제대로 들어가지를 않아 잘 생긴 붕어빵을 얻기는 어렵다는 것쯤은 쉽게 연상할 수 있을 거다. 그리고 빵틀 온도가 너무 높거나 반대로 너무 낮게 되면 빵이 타버리거나 설익어서 먹을 수 없게 된다는 것도 잘 알 수 있다.

범종과 관련된 재료의 배합과 제작과정에서 유의할 점도 이와 크게 다르지 않다. 범종도 빵틀에 해당하는 주형 즉, 조형재(모래 등)를 이용하여 만들어질 범종과 같은 공간을 가지고 있는 틀에 잘 배합된 합금을 녹여서 적당한 온도로 넣고 굳히면 된다. 참고로 딱딱하기만 한 금속도 높은 열을 가하게 되면 덩어리가 녹아서 물처럼 액체로 되는데 이 과정을 우린 용해라고 한다.

 
▲ 균형적인 모형 (내부 공간)을 만들어 주기위하여 회전자를 이용하여 형을 완성한다. 제일 바깥쪽은 종의 안쪽이 되므로 고운 입자를 바른다.
 
ⓒ2005 성종사
 
붕어빵을 만드는 방법도 여러 가지가 있을 수 있다. 우리가 볼 수 있는 것처럼 금속으로 된 틀에 반죽을 넣어서 만드는 방법도 있고, 돌이나 다른 재료를 이용하여 틀을 만들고 거기에 반죽을 넣어서 익혀 만드는 방법도 있을 수 있다.

마찬가지로 범종을 만드는데 필요한 틀(주형)을 제작하는 방법도 여러 가지가 있을 수 있는데 그 방법과 종류는 시대와 상황에 따라 발전해 왔으며 여러 가지가 있다.

주물 틀을 만드는 방법 중 가장 일반적인 방법으로는 모래와 점결제 그리고 물 등을 적당히 섞어서 형을 만드는 첫 번째 방법이 사형 조형법(Sand Molding)이다. 사형주조법은 주로 이웃 나라인 일본과 중국에서 범종을 제작하는데 사용했던 공법으로 일본의 경우 아직도 이와 같은 공법만으로 범종을 제작하고 있는 재래식 공법이다.

우리 나라에서도 1960년 이후 만들어진 대부분의 범종들은 사형조형법에 의해 제작되었으나 80년대 이후에는 펩세트 주조공법으로 바뀌었다고 한다.

사형주조 공법은 촉촉이 반죽된 주물사를 형틀에 붙인 다음 회전판을 사용하여 내부가 빈 종 모양의 원형을 만든다. 그리고 문양이 들어갈 부분에 양각으로 조각된 목판을 사용하여 도장 찍듯이 문양을 찍어 넣는다. 이러한 방법으로 주형(鑄型)을 제작하기 때문에 정교한 문양은 묘사하기가 어려우며 완성된 범종 표면에 굴곡이 발생하는 단점이 있다. 반면 다른 공법에 비해 조각이나 작업공정이 간단하여 대량생산이 가능하다는 장점을 가지고 있다.

두 번째 방법으로, 에밀레종, 상원사종, 천흥사종 등 현재 한국 종을 대표하는 국보급 종들의 대부분이 제작되는데 사용되었던 밀납주조공법(Lost-Wax Process)을 들 수 있다. 이 방법은 대표적인 전통주조공법으로 밀랍(벌집)과 소기름을 적당히 배합해 만든 초를 사용하여, 제작하고자 하는 종 모양과 동일한 초 모형을 만든 후 열에 강한 분말상태의 주물사를 반죽하여 표면에 수차례 덧붙여 두께를 주고 이를 완전히 건조시킨 다음 천천히 열을 가해 내부의 초 모형을 제거한 상태에서 쇳물을 부어 종을 제작하는 방법이다.

 
▲ 종 형태로 만들어진 석고원형에 복제 실리콘을 발라 음각을 만들고 그 음각에 밀랍을 채운 후 실리콘을 제거하면 왼쪽 사진과 같은 밀랍 원형이 얻어진다. 이 밀랍원형에 입자가 고운 조형재를 초벌 바른다(중간 사진). 초벌 바르기가 끝나면 충분하게 자연건조 시킨다.(오른쪽 사진)
 
ⓒ2005 성종사
 
이 방법은 다른 방법에 비해 작업공정이 복잡할 뿐만 아니라 고도의 기술을 필요로 하기 때문에 많은 제작기간이 소요되며 실패 가능성도 높으나 성공했을 경우 다른 공법과는 비교할 수 없는 섬세한 문양과 깨끗한 표면, 그리고 아름다운 소리를 얻을 수 있다는 특징을 가지고 있다.

이 방법은 현재 정밀부품이나 절삭가공이 곤란한 부품을 생산하는데 활용되고 있을 뿐만 아니라 액세서리, 귀금속 장신구 등의 산업에도 이용되고 있다.

세 번째 공법으로 펩세트 공법이 있다. 이 공법은, 밀랍주조공법의 재현이 이루어지기 이전인 80년대 중반에 사형주조공법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종 전문제작업체인 성종사에서 처음으로 범종제작에 적용한 현대공법으로, 주물사에 약품과 경화제를 섞음으로써 주물사를 강제적으로 경화시켜 그 틀을 형성하는 현대 주조공법이다.

이 공법은 사형주조공법과 같이 부분적으로 목판을 두드려 찍는 방법이 아니고 제작할 범종과 동일한 크기와 모양의 FRP 모형을 제작하여 형틀을 씌운 뒤 그 사이에 주물사를 다져 넣어 경화시키는 방법을 사용하기 때문에 종 표면이 굴곡 없이 매끄러우며 일정 수준의 정교한 조각도 묘사가 가능하다는 장점을 가지고 있다.

그러나 동일한 문양의 경우 하나만 조각해도 되는 사형주조공법과는 달리 FRP 모형을 만들기 위해 범종전체를 조각해야 하며, 이것을 다시 FRP 모형으로 만들어야 하는 등 막대한 초기 개발비가 소요될 뿐만 아니라 경화제와 주물사 등도 재활용이 불가능하기 때문에 비용이 많이 든다는 단점이 있다.

낙산사 동종의 복원공정은 전통공법인 밀랍공법으로 제작될 가능성이 크기에 밀랍공법을 구체적으로 설명하지만 다른 공법도 이와 유사한 과정을 가짐을 말해준다.

범종의 설계

범종의 규모나 형태를 결정하고 이에 따라 최적의 제조공법과 필요한 만큼의 재료와 재질 등을 산출하여 설계도면 등을 작성한다. 이때 결정되는 기하학적인 구조와 재질은 범종의 소리와 수명에 영향을 미치고 미려성을 판가름하게 된다.

 
▲ 거푸집(조형)을 보강(왼쪽)하고, 충분한 두께가 되도록 재벌 바르기를 반복한다(중간). 재벌 바르기가 끝나면 이때도 충분히 건조시켜 준다(오른쪽).
 
ⓒ2005 성종사
 
이번 낙산사 동종의 경우 실측된 자료를 이용하여 소실된 모형그대로의 형태와 치수로 제작될 것으로 생각된다.

원형제작

범종의 형태나 크기, 문양 등이 결정되면 내형과 외형을 제작한다. 여기서 내형은 종의 내부 공간(뻥 뚫린 공간)에 해당하며 외형은 종의 외형을 유지시켜 줄 주형을 말한다.

우선 내부 공간이 될 내형은 적당한 재료를 활용하여 내부공간에 해당하는 모형을 만들면 된다. 종의 내부공간은 특별한 문양 등이 들어가지 않기 때문에 형태나 치수만 정확히 맞추면 되기 때문에 내형은 비교적 단순하거나 제작이 용이하다.

석고모형 제작

외형을 만드는 과정을 비교적 복잡하다. 외형을 만들기 위해서는 우선 설계도면을 바탕으로, 취급이 쉬운 석고를 이용하여 만들고자 하는 범종의 규모 및 형태와 동일하게 원형을 만든다. 이때 전체를 석고로 만들려면 재료의 소모도 많을 뿐 아니라 중량 때문에 취급하는데 어려움이 있을 수 있으므로 적당한 내부 거푸집을 만들고 그 위에 석고를 발라 굳혀서 만든다.

이렇게 하여 종 형태와 비슷하게 만들어진 석고 덩어리에 만들고자 하는 종의 원형(형태, 치수)으로 정밀 가공하고 범종에 넣을 문양이나 글씨도 함께 조각한다. 이런 과정을 거치면 만들고자 하는 종과 꼭 같은 외형을 가진 석고 원형이 생긴다.

음각 실리콘 모형 제작

완성된 석고원형 표면에 복제용 실리콘을 바른 후 실리콘이 굳게 되면 석고로 만든 범종모형이 실리콘에 음각으로 형성되는 음각 실리콘 모형을 만든다. 절편에 올록볼록한 떡판을 찍으면 절편에는 떡판과 반대되는 음·양각이 만들어지는 것과 같은 원리다.

이렇게 만들어진 음각 실리콘 모형은 흡사 붕어빵을 찍어내기 위한 빵틀과 같은 역할을 한다. 이 실리콘 모형 내부에 적당한 두께로 액체상태의 밀랍(왁스)을 부어 응고시키면 전 단계의 석고모형과 꼭 같은 밀랍원형(실제 종과 꼭 같은 밀랍 종)이 만들어 진다.

이 상태에서 실리콘을 벗겨내면 만들고자 하는 종 모량의 밀랍원형만 남아 있게 되는데 이 밀랍표면에 아주 고운 입자를 초벌 바르기 한다. 이때 입자가 거친 것을 바르게 되면 만들어지는 종의 표면이 거칠게 되기 때문에 고운 입자를 사용한다.

 
▲ 거푸집이 완전하게 건조되면 열을 가해 밀랍(왁스)를 녹여낸다. 그런 다음 이미 만들어진 내형에 외형을 맞춘다. 그러면 종이 만들어질 공간이 생기게 된다. 목표조성의 합금을 용해로에서 녹인다.
 
ⓒ2005 성종사
 
초벌 바르기가 끝나면 자연 상태에서 충분히 건조시킨 다음 운반이나 쇳물을 주입하는 과정에 견뎌낼 수 있는 강도를 주기 위하여 적당한 재료(철사나 새끼 줄)를 이용해 보강해 준다. 그런 다음 그 위에 충분한 두께로 몇 번에 걸쳐 재벌 발라준다. 이때는 종의 표면 거칠기에 별다른 영향을 미치지 않으므로 거친 입자를 쓴다.

이 상태는 초벌 및 재벌로 발라준 슬러지(모래입자) 내부에 밀랍으로 만들어진 종이 들어있는 상태니 외형이 충분히 건조되면 열을 가해 내부에 있던 밀랍(왁스)을 녹여낸다. 이렇게 하면 만들고자 하는 종의 모양이 외형 내부에 음각으로 만들어 진다. 이 과정은 사용하는 재료만 달라졌을 뿐 이미 석고원형에 실리콘을 발라 음각 원형을 만들었던 과정과 같다고 생각하면 된다.

복잡하게 양각 음각 모형을 반복하는 이유는, 실리콘의 경우 융액(쇳물)을 그대로 주입(붓기)하면 실리콘 자체가 녹아버리기 때문에 쇳물에도 녹지 않는 재료로 형틀을 만들어 주기 위해 복잡한 공정을 반복하게 되는 것이다.

합형

이렇게 외형이 만들어지면 이미 만들어진 내형과 짝 맞추기(합형)를 하면 외형과 내형 사이에는 실제 종과 꼭 같은 공간이 생기게 된다. 이 공간에 목표로 하는 합금을 용해하여 주입하면 이 합금이 응고되면서 하나의 종이 탄생하게 된다.

용해 및 주입

범종은 일반적으로 구리에 17~20% 주석을 합금해 만든다. 이 조성의 합금이 종의 강도나 소리에 가장 이상적이기 때문이라고 한다. 동합금을 용해하는 과정에도 유의 할 사항이 많다. 용탕 중 가스는 범종에 나쁜 영향을 미치게 되므로 충분하게 제거되어야 한다. 특히 구리합금에서 산소는 반드시 제거되어야 한다.

이 과정이 앞에서 잘 반죽된 빵 반죽에 해당하는 부분이다. 합금을 제대로 하지 못하면 범종은 제대로 만들어지지 않는다. 너무 달거나 반죽이 뻑뻑해 형편없는 모양을 가진 빵이 될 수 있는 것처럼 조성, 온도가 적당하지 않으면 원하는 종을 얻을 수 없게 된다.

만들어진 주형에 용탕을 붓는 주입법에는 상주법과 하주법 등이 있으며, 쇳물을 넣는 주입속도와 온도 등에 따라서 범종 제작의 성패가 좌우되므로 상당한 기술을 필요로 한다. 빵틀의 온도가 너무 높거나 너무 낮으면 먹을 수 없는 빵을 만들게 되는 것처럼 주입온도가 너무 높거나 낮으면 범종을 불량으로 만들 수 있다.

 
▲ 용해한 합금을 만들어진 주형에 붓는다. 주입되는 용금이 종 모양의 빈 공간을 채우게 된다. 충분하게 굳고 식은 다음 꺼내어 필요 없는 부분을 제거하고 다듬질하면 만들고자 하는 종을 얻게 된다.
 
ⓒ2005 성종사
 
형 해체 및 탈사

이렇게 준비가 다 끝나면 만들어진 주형에 용해한 합금을 주입하고 충분히 응고(굳고) 되고 냉각된 상태에서 외형과 내형을 제거하면 공간이었던 곳에 동합금으로 된 종이 만들어져 있다.

형을 해체한 후 종의 원형에는 필요 없으나 제작하는 과정에서 덧붙여진 부분(탕구, 탕도, 압탕)을 제거하고 양질의 타종소리를 낼 수 있도록 손질을 하고 표면을 깨끗하게 정리하면 만들고자 하는 완전한 종이 탄생하게 된다.

인내를 가지고 이 글을 끝까지 천천히 읽으며 행복한 상상을 해 보았다면 분명 님의 가슴에도 웅장하고 아름다운 범종이 하나 탄생했으리라 생각한다. 조각을 하고, 모래 다지기를 하고….

장인이 되어 땀 뻘뻘 흘리며 열심히 작업하는 당신의 모습에 선홍색 쇳물이 하나의 범종으로 탄생하는 그 순간을 떠올려 보자. 그렇게 되면 당신의 가슴에도 분명 자비의 소리로 울려 퍼질 범종이 하나 탄생할 것이며 소실된 낙산사 동종 소리도 다시 들려 올 것이다.
 
  2005-04-11 21:37
ⓒ 2005 OhmyNews